임정은

이미지 없음

작업 노트

타고난 성향이나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개인, 혹은 사물의 본질은 표면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감추어 지기도 한다. 나의 작업은 표면 그 자체를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작업 속 오브제들은 대량생산된 자본주의적 상품들로 개개인을 상징하는데 차용된다. 하지만 그것들이 무리를 이뤄 배치됨으로써 각각의 형태와 본질을 잃어가고 가볍고 일회적인 표면만 드러낸다.

그 중 최근 폭죽 시리즈는 폭죽을 소재로 작업 중에 있다. 터트려진 폭죽의 뒤엉킨 모습과 매끄러운 표면의 재질을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이면의 감추어진 그 무언가를 볼 수 없게 한다. 어쩌면 화면의 전반을 차지하는 반짝이는 질감과 화려하고 원색적인 과장된 시각적 효과는 본질을 숨기는 ‘껍데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표상이다. 빈틈없이 꽉 매운 띠 형상의 폭죽은 서로 엉키고 비춰가며 주류/비주류, 필요/불필요, 주체/객체를 구분할 수 없게 한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상품화된 가치는 그림 속 폭죽처럼 빠른 시간에 일회적으로 터지고 보여지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Profile.

ps. Gallery D960

실재하는지 고민하게끔 하는 풍선들과 의자, 포장지에 우리의 눈은 머물게 된다. 작가님께서 그림을 그리시면서 가장 노력하신 곳은 어디일까? 역시나 우리가 가장 주의깊게 본, 우리에게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주는 그 부분을 가장 섬세히 표현하려고 하시지 않았을까.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 작가님의 작품 전반, 그리고 이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의 작가님마저도 생산품의 겉포장에만 몰두하는 현대사회의 상품화된 관점을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가 만들어낸 사회가 스스로 우리의 근본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 매우 익숙하게 적응한다. 이렇게 살아지다보면, 본질을 감춘 껍데기인지, 껍데기가 본질인건지 고민하는 껍데기를 보며, 차마 껍데기라고 말할 수 없는 사회가 오게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작가님의 작품들은 그 세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아니, 그 세계가 지금인 것일까.

동탄아트스페이스 신진작가 공모전

임정은은 물건을 싸는 반짝거리는 장식물을 그린다. 화면 가득히 클로즈업 되며 유화의 모든 기술이 발휘되어 치밀하게 재현된 그것들은 무엇을 담는 그릇이기 보다는, 그 자체가 내용인 대상이다. 포장이 내용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량생산의 시대가 개시될 무렵, 그림 또한 무엇보다는 어떻게 그렸는가가 중요시됐다. 그것을 대상과 의미는 사라지고 기호와 기표가 지배하는 현대사회를 반영한다. 자본은 최대한 빠르게 순환되려 한다. 정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정보화 사회에서 생산과 소비의 주기는 더욱 압축되었다. 대상과 의미는 빛의 속도로 회전하기에 너무 무겁고 걸리적거리는 시대착오적인 것이 되었다. 실재보다는 가상의 몫이 점점 더 커져가는 현대사회에서 사용가치 또한 그러하다. 더 빠르게 순환하고 소비되는 것에 기표만큼 적절한 존재방식은 없다.
 소비자는 포장을 뜯는 순간, 더 필요하다고 착각하는 또 다른 대상을 향한 욕망에 휩싸인다…….
…… 소비되는 상품들의 많은 부분이 폭죽처럼 터지고 보여지는 것 외에 어떤 사용가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것이 상품화된 사회는 불필요한 것들의 목록 또한 늘려간다. 상품/포장은 연이어 소비돼야 한다. 체계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소비를 위한 소비이다. 그것은 생산을 위한 생산, 예술을 위한 예술 등과 비슷한 계열의 사고 방식에 속한다.
                                                  -이선영

임정은 작가님의 전시회